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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아이가 밥을 먹다가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울음을 터뜨렸어요.
뭔가 싶어서 입 안을 봤는데, 혀 옆에 작고 하얀 물집이 보이는 거예요.
'이게 바로 그 수포구나...'
인터넷에서 수없이 봤던 사진이 실제로 우리 아이 입 안에 있으니,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정말 무너지더라고요.
수포가 정확히 뭔지 알아봤어요
수족구의 '수포'는 한자로 물 수(水), 항아리 포(疱). 말 그대로 물집이에요. 수족구 바이러스가 피부나 점막에 염증을 일으켜서 생기는 건데, 크기는 2-3mm 정도로 작지만 아이한테는 엄청 아픈 거더라고요.
수포가 생기는 이유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으로 물집이 생겨요.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처음엔 '왜 하필 입이랑 손발에만 생기는 걸까?' 궁금했는데,
이 부위들이 바이러스가 가장 잘 증식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수포가 생기는 순서, 이렇게 진행됐어요



1일 차: 입 안 수포 발견
처음엔 딱 하나였어요. 혀 옆에 좁쌀만 한 물집. '설마 이것 하나로 끝나려나?' 했는데 세상에 그런 일은 없더라고요.
입 안 수포의 특징:
- 처음엔 빨간 점처럼 보여요
- 몇 시간 지나면 하얗게 물집으로 변해요
- 혀, 잇몸, 볼 안쪽, 목젖 근처까지 퍼져요
- 침 삼킬 때마다 아파해요
저녁에 하나였던 물집이 다음날 아침엔 5-6개로 늘어있더라고요. 그것도 입천장, 잇몸, 혀 밑까지. 물 한 모금 먹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 보면서 정말 속이 타들어갔어요.
2-3일 차: 손발 수포 등장
입 안 수포가 생긴 후 하루쯤 지나니까, 손바닥이랑 발바닥에도 빨간 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손발 수포는 좀 달라요:
- 입 안 수포보다 덜 아파해요
- 손바닥, 발바닥 중앙부에 주로 생겨요
- 손가락, 발가락 사이에도 나타나요
- 때로는 엉덩이, 무릎에도 생겨요
신기한 건, 손발 수포는 입 안만큼 아프진 않더라고요. 가렵긴 한지 자꾸 긁으려고 하긴 했지만요.
4-5일 차: 수포 최고조
이때가 진짜 고비였어요. 수포 개수도 최대가 되고, 크기도 제일 컸어요. 입 안은 온통 하얀 물집 투성이고, 손발도 여기저기 빨갛게.
밤에 아이가 아파서 깨서 울면, 저도 같이 울었어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이렇게 무력하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수포 관리, 이렇게 했어요
입 안 수포 케어
먹이는 게 제일 큰 숙제였어요
- 차가운 음식 위주로: 미지근한 죽, 차가운 두유, 요구르트
- 아이스크림이 의외의 효자: 찬 게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줘요
- 빨대 사용: 물집에 덜 닿게
- 신 음식은 절대 금물: 오렌지, 토마토, 딸기 다 피했어요
소아과에서 처방받은 가글액이 있었는데, 이것도 도움이 됐어요. 마취 성분이 들어있어서 잠깐이나마 통증이 줄어들거든요.
식사 전 루틴:
- 가글액으로 입 안 헹구기
- 5분 정도 기다리기 (마취 효과가 나타나게)
- 차가운 음식 빠르게 먹이기
- 식후에 물로 입 안 헹구기
손발 수포 관리
입 안보다는 관리가 쉬웠어요.
- 긁지 못하게 손톱 짧게 자르기
- 밤에는 얇은 장갑 씌우기 (자면서 긁는 거 방지)
- 로션 발라주기 (건조하면 더 가려워해요)
- 통 넓은 옷 입히기 (마찰 최소화)
터진 수포는 깨끗한 거즈로 살짝 눌러서 진물 닦아내고, 항생제 연고 발라줬어요.
수포가 터지면 어떻게 하나요?
이게 제일 걱정됐는데, 의외로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터진 수포 관리법:
- 손부터 깨끗이 씻기 (제 손이요!)
-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부드럽게 닦기
- 소독약은 너무 따가우니 의사 상의 후에
- 항생제 연고 얇게 바르기
- 밴드는 붙이지 않기 (통풍이 중요해요)
주의사항:
- 절대 억지로 터뜨리지 마세요
- 진물이 나오는 동안 전염력이 강해요
- 아이 손 닦은 휴지는 바로 비닐봉지에 넣어 버려요
제일 조심한 건 형제자매한테 옮기는 거였어요. 둘째 수포 터진 거 닦고 나면 손 바로 씻고, 소독제까지 뿌렸어요.
수포가 없어지는 과정
6-7일차: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
입 안 수포가 제일 먼저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하얗던 물집이 점점 작아지고, 밥 먹을 때 덜 아파하더라고요.
10일 전후: 딱지처럼 변해요
손발 수포는 터지지 않은 것들은 저절로 흡수되고, 터진 것들은 딱지처럼 변했어요. 이때쯤 되니까 아이도 많이 편해 보였어요.
2주 후: 거의 다 나았어요
입 안은 거의 깨끗해졌고, 손발에는 각질처럼 벗겨지는 게 있었어요. 이것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해서 그냥 뒀더니 2-3주 후엔 말끔해졌어요.
손발톱이 빠질 수 있대요
이건 나중에 알았는데, 수족구 앓고 나서 1-2달 후에 손발톱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우리 둘째는 다행히 괜찮았는데, 지인 아이는 엄지발톱이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겁먹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새 손톱 자라나길 기다리면 된대요.
수포 보면서 깨달은 것들
작은 물집이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요
어른 입장에선 '그까짓 물집' 같아 보여도, 아이한테는 정말 힘든 거더라고요. 물 한 모금도 따가워서 못 마시고, 침 삼키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려주는 것
특효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약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잘 먹게, 편하게 해주는 것뿐.
마무리하며
지금 아이 수포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계실 엄마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기억해 주세요:
- 수포는 보통 5-7일이 고비예요
- 입 안 수포가 제일 아프지만 제일 먼저 나아요
- 터진 수포는 깨끗하게 관리하면 괜찮아요
- 2주 정도면 대부분 회복돼요
- 흔적 없이 깨끗하게 나아요
우리 아이들, 생각보다 강해요. 지금은 힘들어 보여도 금방 또 웃으며 뛰어다닐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아이 곁에서 밤을 지새우고 계실 모든 엄마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수족구 수포 - 작은 물집 하나에 무너진 엄마의 하루
